AI가 카메라 무빙까지 연출하는 시대, 작가들은 어디로 가는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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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카메라를 잡는 시대, 인간의 자리를 묻다

글 · 김재욱  |  2026. 08. 08.

고백하건대, 나 역시 AI 툴을 쓴다. 그 편리함 뒤에 좀처럼 떨쳐지지 않는 질문 하나가 남는다. 더 발전한 AI 앞에서, 인간과 영상업계는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고백하건대, 필자 역시 AI 툴을 사용한다. 영상 기획과 제작 과정에서 AI는 이미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그 편리함 뒤에서 좀처럼 떨쳐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지금보다 더 발전된 AI가 등장한다면, 인류는, 그리고 우리 영상업계는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이것은 먼 미래의 공상이 아니다.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2026년 1분기, 중국에서 제작된 숏폼 영상의 95% 이상이 AI로 만들어졌다. 제작 비용은 실사 촬영의 10분의 1도 되지 않고, 완성까지는 단 며칠이면 충분하다.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넘길 수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AI로 제작된 광고가 국내 OTT 플랫폼에 버젓이 노출되고 있다. 변화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고,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01 배우조차 설 자리를 잃는 현실

중국의 상황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섰다. 중국 대표 콘텐츠 플랫폼 아이치이는 연예인 100여 명의 얼굴과 음성을 데이터화한 이른바 연예인 라이브러리 출시를 예고했다. AI 영상을 만들 때 실제 배우 없이도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가져다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반발이 뒤따랐다. 유명 배우들은 초상권 사용에 동의한 적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 플랫폼을 보이콧하자는 움직임까지 일었다. 배우들이 자신의 얼굴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실제 배우가 설 자리를 잃는 것은 물론, 보조 출연자와 분장, 세트 설치 스태프에 이르기까지 영상 제작 생태계 전반의 일자리가 잠식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02 카메라 무빙까지 AI가 연출하는 단계

영상 제작자의 현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팍팍했다. 하루 열두 시간을 꼬박 촬영해도 손에 쥐는 대가는 노동의 강도에 한참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이 위태로운 균형 위로 AI라는 거대한 변수가 밀려들고 있다. 이미지 생성을 넘어, 이제는 카메라 무빙까지 AI로 연출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무거운 짐벌을 어깨에 지고 현장을 누비던 촬영 작가들의 자리가, 그 순간 흔들리기 시작한다.

03 작가들의 생존, 그 조건은 무엇인가

물론 아직 모든 것이 대체된 것은 아니다. 촬영 작가의 생존은 여전히 몇 가지 조건 위에 남아 있다. 탄탄한 실력, 특정 장소가 가진 고유한 질감, 그리고 그 영상에 등장하는 실제 출연진의 존재다. 이 요소들이 배제되지 않는 한, 현장을 뛰는 작가들의 자리는 지켜진다.

그러나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만약 그 장소와 출연진마저 AI로 대체 가능해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실재하는 공간과 실재하는 사람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순간, 작가들의 생존은 명백한 위기에 놓인다.

04 왜 감독을 작가라 부르는가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다. 필자는 영상감독을 종종 작가라 부른다. 촬영 현장에서 그들은 분명 감독이다. 그러나 영상을 만들기 전, 무엇을 어떻게 담을지 구상하는 기획 단계에서 그들은 명백히 작가의 위치에 선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작자, 하나의 작품을 빚어내는 사람. 그것이 영상 제작자의 본질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마주한 위기는 단순한 일자리의 문제가 아니라, 창작하는 인간의 자리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05 그럼에도 시청자는 인간을 선택했다

다만 희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흥미롭게도 중국 시장은 상반된 신호를 함께 보내고 있다. 지난 춘제 기간, 실사 드라마의 신규 공개 물량은 AI 드라마의 약 2퍼센트 수준에 불과했지만, 전체 재생 수는 오히려 AI 드라마보다 약 25배 많았다.

시청자는 제작 방식이 아니라 작품이 전달하는 감정과 몰입감을 선택한 것이다.

아무리 정교한 AI라 해도, 인간 배우가 전하는 감정의 깊이와 설득력만큼은 아직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06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

결국 이 모든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인간이 담당할 역할은 앞으로 어디까지 남게 될 것인가.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도 없고, 막는 것이 능사도 아니다. 다만 그 발전의 속도가 인간의 일자리를, 창작자의 자리를 얼마나 빠르게 잠식할지는 진지하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영상업계에도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위기는 늘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는 도태의 이유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감정, 인간만의 시선, 인간만의 창작. 어쩌면 그 희소한 인간다움이야말로 우리가 붙들어야 할 마지막 자리인지도 모른다.

이 파도를 어떻게 헤쳐 나아갈 것인가. 그것이 지금 영상을 업으로 삼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다.


스틸라이프필름 · stilllifefilm.kr

스틸라이프필름

김재욱 / 영상전문기자 · 스틸라이프필름 대표 시흥을 기반으로 영상 저널리즘과 영상 제작을 병행한다. 사이버타임즈 영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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