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손에 들었는데, 나머지는 모두 중국산이었다

촬영 현장에 나갈 때 가방을 꾸리다 문득 멈춰 선 적이 있다. 카메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비가 중국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손에 든 카메라는 일본 제품이었지만, 그 카메라를 받치는 짐벌도, 카메라에 붙은 케이지와 액세서리도, 그 모든 것을 담은 가방도 전부 중국 회사의 것이었다.

이것은 한 개인의 우연한 선택이 아니다. 영상 장비 시장의 구조 그 자체다.

짐벌 시장을 떠올려보자. DJI라는 이름을 빼고 이 시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드론에서 시작해 짐벌, 액션캠, 포켓 카메라까지 영역을 넓힌 이 중국 선전의 기업은 이제 영상 장비의 한 축을 통째로 지배하고 있다. 경쟁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격과 성능, 생태계의 완성도에서 DJI를 정면으로 위협할 기업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액세서리 시장도 다르지 않다. 카메라 케이지, 마운트, 핸들, 삼각대 어댑터를 만드는 스몰리그는 어느새 이 분야의 사실상 표준이 됐다. 선전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거의 모든 카메라 기종에 맞는 액세서리를 쏟아내며, 영상 제작자들의 장비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어떤 카메라를 사든, 그에 맞는 스몰리그 제품이 이미 출시돼 있다는 사실이 이 회사의 위상을 말해준다.

가방은 어떤가. 카메라 백팩과 촬영 액세서리를 만드는 피지테크 역시 중국 기업이다. 견고함과 디자인을 앞세워 국내 영상 제작자들 사이에서 폭넓게 자리 잡았다. 카메라를 보호하고 운반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비마저 중국 브랜드가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DJI, 스몰리그, 피지테크. 짐벌과 액세서리와 가방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모두 중국 기업이며, 모두 선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단순한 반중 정서가 아니다. 이들 제품의 완성도는 분명 훌륭하다.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인 성능, 빠른 신제품 출시 주기까지, 이들이 시장을 장악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카메라 본체를 제외한 영상 장비 생태계 전체가 특정 국가의 기업들로 채워지는 동안, 한국 기업의 이름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카메라 센서와 본체는 여전히 일본이 강세다. 그렇다면 그 주변을 둘러싼 광활한 액세서리 시장은 어떤가. 짐벌, 케이지, 가방, 조명, 마운트. 진입 장벽이 본체보다 낮은 이 영역에서조차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시도하지 않았거나, 시도할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 시장을 장악한 배경에는 거대한 내수 시장과 빠른 제조 생태계,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이 있다. 선전이라는 도시 하나가 전 세계 영상 장비 생태계의 심장부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기업이 빠르게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그곳에 있었다.

영상 장비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이다. 콘텐츠의 시대가 깊어질수록 카메라를 둘러싼 주변 장비의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그 거대한 시장을 지금처럼 통째로 내어줄 것인가, 아니면 작은 영역에서라도 한국 기업의 이름을 새길 것인가.

촬영 가방을 꾸리며 다시 생각한다. 다음번에 가방을 열었을 때, 그 안에서 한국 기업의 이름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기를. 그날이 오려면 지금 무언가가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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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라이프필름

김재욱 / 영상전문기자 · 스틸라이프필름 대표 시흥을 기반으로 영상 저널리즘과 영상 제작을 병행한다. 사이버타임즈 영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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