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벌도 드론도 액션캠도, 우리는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제34회 국제 방송·미디어·음향·조명 전시회 KOBA 2026이 열렸다. 국내외 220여 개사, 1,000개 부스 규모로 열린 이번 전시회를 스틸라이프필름스튜디오 대표 자격으로 찾은 필자가 입구에서 처음 마주한 것은 뜨거운 열기가 아니었다. 음향 부스의 한산함이었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가 싶었다. 그런데 그 한산함은 단순히 날짜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미 방향을 알고 있었다. 위층 미디어 부스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음향 산업이 침체된 것이 아니라, 미디어 산업의 성장 속도가 그만큼 압도적이라는 뜻이다.

위층으로 올라서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소니, 니콘, 캐논, 파나소닉, 블랙매직디자인, ARRI까지 세계 카메라 시장을 장악한 브랜드들이 나란히 대형 부스를 차리고 있었다. 카메라 액세서리 전문 기업 스몰리그, 카메라 촬영 액세서리 브랜드 피지테크, 국내 유통사 유쾌한생각도 자리를 채웠다.

ASUS 모니터 당첨 이벤트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참여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미디어 산업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필자는 오히려 씁쓸함을 먼저 느꼈다.

세계 카메라 시장의 강자들이 모인 이 자리에, 국내 대기업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시장 진출 여부는 기업의 자유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를 제패한 기업이 카메라 센서 시장을 선택하지 않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전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중견·중소기업이 아무리 분전한다 해도 시장 판도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기업의 자본력과 기술력, 브랜드 파워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진정한 경쟁이 가능하다. 못내 아쉬운 자리였다.

그렇다면 왜 한국 대기업은 이 시장에 없는가.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다. 의지의 문제도 아닐 수 있다. DJI의 사례가 그것을 보여준다. DJI는 이번 전시에서 로닌 RS5를 선보였지만 전작 RS4와의 차이는 노브 조절 방식 정도에 그쳤다. 2017년에 출시된 로닌2와 2021년 10월에 출시된 로닌4D를 함께 전시한 것은 신제품 발표보다는 포트폴리오 과시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짐벌 시장에서 DJI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드론도, 액션캠도 이미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시장이다. DJI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업 친화적인 환경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기업이 뛸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준 것이다.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노동자 보호를 명분으로 입법된 일련의 규제들이 결과적으로 기업의 국내 사업 확장 의지를 꺾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법인세수의 상당 부분을 소수의 대기업이 감당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 기업들이 국내에서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 공백은 누가 채울 것인가.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성장할 미디어 시장을 중국과 미국, 일본에 고스란히 내어주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기업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서 그 결과만을 아쉬워하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그 청구서는 결국 산업 전체가 치르게 된다.

코엑스 전시장을 걸으며 필자는 생각했다. 이 뜨거운 열기가 언젠가 국내 기업의 이름을 달고 펼쳐지는 날이 오기를. 그날이 오려면 먼저 물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기업을 살리는 쪽으로 가고 있는가, 아니면 내쫓는 쪽으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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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 / 영상전문기자 · 스틸라이프필름 대표 시흥을 기반으로 영상 저널리즘과 영상 제작을 병행한다. 사이버타임즈 영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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