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RX10V, 그럼에도 나는 사지 않는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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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RX10V, 그럼에도 나는 사지 않는다

글 · 김재욱  |  2026. 07. 21.

소니 RX10V는 24–600mm를 한 몸에 담은, 사실상 완성형 올인원 카메라다. 그런데도 나는 이 카메라를 사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스펙이 아니라, 내가 카메라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

소니 RX10V를 처음 만졌을 때, 솔직히 흔들렸다. 손에 쥐는 순간 이 한 대면 촬영 현장의 90%가 끝난다는 게 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광각부터 초망원까지 렌즈 교체 없이 커버하고, 방진방적에, 피사체를 놓치지 않는 AF까지. 영상제작자로서 짐을 줄이고 싶은 사람에게 이보다 매력적인 제안은 드물다.

그럼에도 나는 사지 않는다. 이 문장을 쓰기까지 꽤 오래 카메라 매장 앞을 서성였다는 걸 먼저 고백해 둔다.

01 소니 RX10V가 완성형이라 불리는 이유

소니 RX10V의 강점은 분명하다. 1인치 센서 치고 놀라운 화질, 24–600mm라는 비현실적인 줌 레인지, 그리고 새 한 마리, 아이의 표정 하나 놓치지 않는 추적 능력. 여행이든 스포츠든 다큐멘터리든, 가방 하나만 메고 나가고 싶은 사람에게 이 카메라는 거의 반칙에 가깝다.

실제로 나는 이런 올인원 바디를 여러 현장에서 다뤄봤고, 그 편리함이 창작자의 체력과 집중력을 얼마나 아껴주는지도 잘 안다. 장비 무게가 곧 촬영 지속 시간이 되는 로케이션에서 RX10V의 존재감은 크다.

편리함은 죄가 아니다. 다만 나는, 불편함이 만들어내는 문장이 있다고 믿는다.

02 그럼에도 사지 않는 이유

내가 소니 RX10V를 들이지 않는 이유는 화질도, 가격도 아니다. 나는 렌즈를 바꾸는 그 3초의 망설임을 사랑한다. 어떤 초점거리로 이 장면을 잡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 그 제약이 결국 내 앵글을 만든다. 모든 걸 다 담을 수 있는 카메라는, 역설적으로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묻지 않게 만든다.

또 하나. 나는 이미 내 손에 맞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도구를 자주 바꾸는 사람보다, 한 도구를 오래 쓴 사람의 결과물이 대체로 더 깊다. 새 장비가 주는 설렘은 며칠이지만, 손에 익은 카메라가 주는 신뢰는 몇 년이다. 관련해서 나는 작가의 도구 선택에 대한 이전 칼럼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선택이다. RX10V의 공식 사양은 소니 코리아에서 확인할 수 있고, 당신의 작업 방식에는 이 카메라가 정답일 수도 있다. 짐을 줄이는 것이 곧 더 많이 찍는 것이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결국 소니 RX10V를 사지 않는다는 건, 카메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나에 대한 선언에 가깝다. 나는 여전히 조금 불편한 방식으로, 조금 더 오래 고민하며 찍고 싶다. 완성형 카메라 앞에서 나는, 나의 미완성을 택했다.

스틸라이프필름 · stilllifefilm.kr

스틸라이프필름

김재욱 / 영상전문기자 · 스틸라이프필름 대표 시흥을 기반으로 영상 저널리즘과 영상 제작을 병행한다. 사이버타임즈 영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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